시장개입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4월 4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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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요를 조절하면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개입해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수 있을까? 정부 개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택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주택 수요를 투기 수요와 실수요로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이를 식별할 수 있을까?

지난날 주택시장에서의 소비자 행태를 보면 최초에는 실수요자였다 하더라도 나중에 투기꾼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랜 경험을 통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이나 임금상승률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아파트는 삶의 보금자리라는 인식보다 투자재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정책, 특히 대출 규제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정부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기도 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기에는 우리나라 도시 주택 시장이 너무 복잡하다.

몇 년 전 서울 주택정책 국제회의에 참석한 미국 부동산 학계의 권위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수전 왁터 (Susan Wachter) 교수는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주택공급 물량 확대와 주택금융 활성화 같은 간접 지원책을 제안했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 목표가 주택 가격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규제와 조세 등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 같은 진단은 2021년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도 담겨있다.

한편에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주거복지를 증대시키고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투기근절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개입의 정당성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에서 찾는다. 시장실패란 시장이 자유롭게 기능하도록 맡겨둘 때 시장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택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다. 완전경쟁시장이라면 정부개입이 필요 없겠지만 불완전경쟁시장이기 때문에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효율적인 자원배분, 소득과 부의 공평한 분배, 경제의 안정과 성장의 촉진 등의 과제를 시장기구에만 의존해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위치의 고정성, 공급의 비탄력성 시장개입 등으로 불완전경쟁시장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주택시장은 과점기업의 존재, 외부효과, 비대칭적 정보 등 시장 실패의 원인이 상존한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은 공공부문 주택의 공급과 관리를 통해 국민주거안정이라는 복지적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외부효과나 시장지배력과 같은 주택시장실패가 있을 경우 적절한 정부정책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효율성과 공정성은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에 다양한 개입을 시도하고 주택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주거의 양극화가 심화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주택정책의 기조를 민간주도형에 정부개입 최소화를 천명했다. 지난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결국 정부개입의 원칙과 개입의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정부 주택시장 개입의 원칙과 정도는 국민의 주거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는 주택가격폭등과 주거불안정이 지속되지 않도록 주택시장 정부개입의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개입 최소화…자유시장경제 원칙 지켜라"

박재완

과거 경제수장으로서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전직 기재부 장관들은 한목소리로 “새 대통령은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시장 경제활동에 일일이 개입한 결과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 그들의 진단이다.

박 전 장관은 “국가가 민간의 삶을 책임진다는 말은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표제”라며 “자율과 책임이 사라진 민간은 어떤 활동을 하든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할 유인도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시장 개입은 경제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온다는 게 박 전 장관의 지적이다.

유일호

유일호 유 전 부총리는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분배와 같이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다음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침체를 함께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며 “위기일수록 방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규제를 풀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전직 장관은 새로 부임할 대통령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인해 국가채무가 너무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며 “정작 재정이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재정건전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이외에 또 다른 위기가 왔을 때 재정이 극복 수단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재정건전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정책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은 “복지 정책의 목표는 취약계층이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하지만 한국의 복지 정책은 그저 현금성 복지 수혜자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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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테마주의 전형적 말로"…덕성·동신건설 등 줄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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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경제를 지탱하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도모한다.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언제나 효율적인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며 결국은 사회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된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여기서 ‘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다’라는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종종 비이성적이고 과민하게 반응하는 시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종종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곤 한다. 보다 큰 대의와 보다 높은 선(善)이라는 가치를 위해 정부는 시장에 개입한다. 여기서 분배나 복지 측면에서 시장 개입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편이나, 그 선을 넘어서는 범주에서의 시장 개입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정부의 시장개입 시장 개입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뉴딜 정책이다. 우선 시장을 선도하는 힘이 수요인지 공급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직관적으로는 수요가 있어야 무엇인가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 동기가 발생한다. 아무도 사주지 않는 것을 만드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말이 정설이다. 그러나, 수요는 현재 시장에서의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수요도 있다. 이 미래 수요는 수요자들이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자기들도 나중에 그것이 시장개입 필요한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이 리스크가 높은 미래 수요를 대비해 투자할 수가 없다.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뉴딜 정책은 바로 미래의 수요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장기적 경제 성장을 말할 때는 공급이 중요하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 단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한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수요는 건설투자밖에 없다.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수요는 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그리고 수출이다. 소비는 지난봄 재난지원금으로 살아는 듯이 보였다가 다시 침체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의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소비심리마저 가라앉고 있다. 설비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설비투자는 지난 3~4월에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ICT 부문의 일시적 생산시설 확충이 주된 원인이다. 이후에는 대규모 투자는 전무한 상황이다. 수출은 9월에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경기를 부양할 유일한 수요처는 건설투자뿐이다. 특히 건설투자 내에서 공공 수요인 SOC를 늘리는 것이 경기부양의 핵심이다. 그러나, 2020년 원래 예산에서의 SOC 투자 규모는 23조2000억원이었으나, 4차 추경으로 최종 확정된 예산 규모는 22조9000억원으로 3000억원이 축소됐다.

셋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정부가 개입해 조절할 시장개입 시장개입 수 있을까 하는 이슈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 수요를 투기 수요와 실수요로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식별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실수요자인지 투기꾼인지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처음에는 실수요자였다 하더라도 나중에 투기꾼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기에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 특히 대출 규제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실수요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기에는 우리 부동산 시장은 너무 복잡하다.

뉴딜이나 건설투자와 같이 큰 틀에서의 성장잠재력 확충이나 경기 부양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극히 사적 영역이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입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사회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정책을 만들기 전에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과 사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정책을 펼침에 있어 시장의 물줄기를 막거나 거스르기보다 물줄기의 흐름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정부의 시장 개입일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국가의 시장 개입 의무화해야” vs “기업 활동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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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개헌안 중 경제 분야와 관련해 경제민주화를 강화하고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회 양극화와 부동산 투기 등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려면 이 같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노동계에 치우친 채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는 ‘큰 정부’가 과도한 규제의 칼을 휘두르면서 경제적 자유를 옥죄는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시장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 관계자와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경제 분야 개헌’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들었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개헌안은 부의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정부가 친(親)노동, 친서민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추진하는 경제 분야 개헌안에 경제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재계 관계자는 “친시장적 가치보다 규제를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기업인들로선 경제적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하려는 개헌 국민투표에 경제 관련 내용이 얼마나 담길지는 미지수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기본권, 지방 분권, 정부 형태, 국민 참여 등 네 가지를 개헌안의 핵심으로 꼽으며 경제 분야보다 정치 및 권력구조 위주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와 관련된 이슈가 전면에 불거지면 자칫 이념 논쟁 또는 진영 간 대립을 심화시켜 개헌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큰 정부’ 논란

구체적인 경제 분야 개헌 대상으로는 △경제민주화 강화 △토지공개념 도입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호 △근로 대신 노동으로 용어 변경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경제민주화는 현 정부의 경제 철학과 맞물려 있는 핵심 이슈로 꼽힌다.

경제민주화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119조 2항을 수정해야 한다. 국가의 시장 개입을 선택사항으로 규정한 현행 헌법 조문을 ‘한다’ 또는 ‘해야 한다’로 바꾸는 안이 거론된다. 정부가 시장 실패 또는 대기업의 과도한 영향력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규제와 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논의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노동계에 경도된 정책을 펴면서 기업들이 위축된 상황에서 헌법마저 규제로 무게를 옮겨가면 자칫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은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창의와 자유가 우선하는데도 현 정부와 여당의 시장개입 분위기는 이와 다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현행 헌법을 유지하되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등 현행 법령을 통해서도 정부가 충분히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시장개입 것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헌법이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담으면 하위 법령들의 규제 수준은 지금보다 대폭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국회의장인 김형오 국민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 공동위원장은 보고서에서 “개인과 기업이 의욕을 잃고 국가 의존적 풍토가 조성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부동산 투기 잡으려 토지공개념 도입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해 토지에 대한 제한과 부담 부과를 골자로 하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반영할지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이 돼 헌법 제122조에 토지공개념을 반영해 국가의 부동산 투기 방지 의무화 및 공공주택 공급 등을 반영하는 헌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중 가구별 합산 조항에 시장개입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향후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쓰기 위해서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놔야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이미 많은 정책과 법령에 토지공개념이 반영돼 있다. 헌법에 이 같은 철학을 명문화하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공개념이 도입되면 토지를 국유화하려 한다는 이념 논쟁을 피할 수 없어 논란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 ‘경제적 자유’ 지키는 개헌 돼야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에 경제 관련 사항이 개헌안에 포함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8일 상인단체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를 도입하기 위해 청와대 청원 등 국민 참여가 필요하다”며 경제민주화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현재 개헌특위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는 ‘경제민주화 강화, 토지공개념 명시’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

정부가 경제 분야 개헌에 시장개입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이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개헌 기회는 흔치 않다. 나중에 경제 분야만 따로 개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 다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개헌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특위 자문위 활동을 한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한국의 경쟁력은 수출 기업 또는 한류 같은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서 나왔다. 정부 개입이 의무가 되면 이것저것 손을 대면서 자율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를 위한 개헌을 하려거든 미래지향적 산업경쟁력과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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